[단상] 담배, 그리고 죽음
약 10년 전 쯤, 성인이 된 후 계속 피워왔던 담배를 끊었다.
그 이후 한 대도 피지 않았으니 아주 성공적인 금연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몇 달 전, 어떤 계기로 10년만에 한대를 피우게 되었다.
말보로 레드였다.
내가 처음 담배를 배운 날, 첫 담배로 피운 것이 말보로 레드였다.
그 빨림새라는 것이 가장 좋은 담배였던 기억에 그 담배를 사서 한대를 피웠다.
그렇게 한대를 피운 이후, 며칠에 한번, 며칠에 몇번, 하루에 한번으로 담배가 늘어갔다.
지금 겪고 있는 여러 상황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늘 있는 편이고,
스트레스가 몰리는 때가 오면 담배를 물게 되었다.
휘이 날아가는 담배 연기를 보면서 아주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짐도 느꼈고
잠시 생각을 멈추게 되는 효과도 있어서 나름 좋았다.
어떤 때에만 담배를 피우자는 조건을 나름 걸고 피웠던지라 담배 피는 양이 그렇게 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 하루에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죽음 가까이 갔던 사람과, 죽음을 맞이한 사람, 두 사람의 소식을 들었다.
죽음에 가까이 갔다는 몇 줄의 메신저와 몇 분간의 전화 통화는
지금은 괜찮다는 말로 반복되어 마무리 되었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몇 줄의 메신저로 전달 받았다.
그제서야 죽음을 맞이 한다는 것은 영원한 이별을 만난다라는 것을 실감했고
죽음 가까이 갔다는 자와 영원히 이별할 뻔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온 종일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았고,
결국 담배를 한 대 꺼내어 피웠다. 물론 내가 정한 담배를 피는 조건이 아니었다.
담배갑에는 "담배는 수명을 줄입니다"라는 글귀와 영정사진이 붙어 있었다.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주는 것,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고
그 과정을 동행해주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람이 얼마나 무력해지는가에 대한 생각에 이르렀다.
"담배 한 대는 생명을 몇 초 단축 시킵니다." 라는 류의 해외 과학자들의 연구 발표 단신이
이 담배를 한대 피는 순간에 "참 의미 없는 이야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무심코 건네던 "건강합시다.", "조심히 가세요.", "건강해야돼" 라는 인사에
진심에 진심을 담아 얘기해야 겠다.
나도 곧 담배를 끊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