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하기 6화 –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진다

주책이군 2025. 6. 26. 14:11

처음에는 그냥 읽는 게 다였다. 재밌는 책을 발견하고, 좋은 문장을 만나고,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책을 읽으며 자꾸 밑줄을 긋게 됐다.

 

 

내가 정말 명저라고 생각하는 책들 중 하나인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 "수치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밑줄을 그었다.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읽으면서 정말 크게 감동 받은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에서는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는 문장에 마음이 머물렀다.

 

배움의 발견은 몰몬교 집안에서 현대 사회와 격리되어 자란 소녀가 점차 자주적으로 배움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스토리에 감명을 많이 받은 책

 

 

 

물리학 교양서의 명저인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오브타임]에서 "영원은 수없이 많은 지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를 읽었을 때는 아는 얘기지만 감동했다.

 

 

내가 과학책 분야를 떠나서 정말 명저라고 꼽는 책

 

 

 

 

그 문장들이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글을 쓰고 싶다.

 

독서는 단순히 작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생각이 자라는 과정이었다.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다.

 

한 권의 책이 끝났을 때, 그 안에 담긴 문장보다 그걸 읽으며 내가 한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건 작가의 말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생각이었다.

 

그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디에든 메모하고, 적어두고,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처음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한줄 쓰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쓰다보니 글쓰기는 "일단 써야 한다."

 

 

블로그에 짧게 써도 좋고, 인스타 스토리에 '책 한 줄 리뷰'를 올려도 괜찮고,

친구에게 "이 책 재밌더라"는 톡을 건네는 것도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크게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작게 시작하면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책에서 받은 인상,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 아무도 안 읽어도 괜찮은 글들. 그런 것들로도 충분했다.

 

나 역시 처음엔 『아무튼, 술』을 그냥 재밌게 읽었다.

그 다음엔 김혼비 작가의 다른 책들로, 다시 또 다른 작가로, 새로운 주제로 확장되어 갔다.

 

독서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글도 쓰고 싶어졌다.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은 그때 그 감정의 연장선에 있다.

읽으면서 느꼈던 설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혹시 당신도 책을 읽으며 "나도 뭔가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보자. 그리고 그 밑줄 위에 짧게 메모를 남겨보자.

감상보다는 '내 얘기'를 쓰는 느낌으로.

 

블로그든 노트든, 어딘가에 그 생각들을 적어보자. "잘 써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써보자"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정말로 쓰고 싶어진다.

그리고 쓰다 보면, 더 많이 읽고 싶어진다. 그렇게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를 키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