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일기 10화. 당뇨병 관리하듯이 같이 잘 관리하자.
공황장애를 처음 겪었을 때
나는 “이걸 어떻게 고치지?”라는 질문만을 했다.
몇 년이 지나고 약을 먹고,
산을 오르고, 글을 쓰고,
공황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회복의 길을 걸었지만…
나는 여전히
완치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직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
🧠 공황장애는 ‘관리’해야 한다.
사실 이제는 안다.
공황도 그렇고 우울증도 그렇고, 완치가 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알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매일
감정을 관찰하고,
내가 불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배우고,
다음에 더 잘 넘어가는 법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병 관리가 아니라
중년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 중년, 감정이 고개를 드는 시기
나는 지금 50대 초반이다.
50대가 넘어가면 여성은 폐경기를 겪으며 급격한 호르몬 변화 등으로 갱년기를 겪고,
남자도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서 우울감, 무기력, 감정 기복의 심화 등을 겪는다.
이런 과정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발전을 겪으며 이러한 감정들을 누르며 살아온 산업화 세대들을 지나
약 50년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고 자라온 중년들이 산업화의 역군인 부모세대와
선진국 키즈로 자라난 자식 세대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공황, 우울, 불안 등의
눌러놨던 감정들이 터지는 경험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억눌러온 감정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그런 내 또래의 사람들을 요즘
주변에서 자주 만난다.
-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마음이 무거운 사람
- 불안과 무기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
- 우울을 인정하지 않고 술로 넘기려는 사람
중년의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 렉사프로와 자낙스, 그리고 드러내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나 자낙스(알프라졸람) 같은 약이
굉장히 일상적인 감정 조절 도구처럼 쓰인다.
실제로 렉사프로는 미국에서 연간 3,000만 건 이상 처방되며,
자낙스는 2010년대에만도 수천만 건 이상의 처방이 있었다.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영화 [인턴]에서도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출장 중에 호텔 밖으로 피신을 했다가
다시 호텔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이렇게 묻는다.
“자낙스 먹었니?” --> 사장인 앤이 자낙스를 복용 중인걸 알았고, 걱정해서 물어봤을 것이다.
그 한마디에서 나는
사회적 분위기의 차이를 느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약 복용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
아직도 우리나라의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국 갈 필요없이 병원에서 약을 주고, 약봉지에 정신과라는 표기를 하지 않는다.
🧘 삶을 되묻기 시작했다
공황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변화는
삶을 대하는 질문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더 잘해야지”
“더 참아야지”
“내가 약한 걸 들키면 안 돼”였다면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한다.
-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 나는 내 감정을 정직하게 보고 있는가?
- 나는 지금의 삶이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중년 시기에 겪는 심리적 변화를 농담처럼 오춘기라고 하기도 한다.
이럴 땐 철학,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직관적이 질문을 던지는 철학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니체가 도움이 된다.
“그대의 삶을 사랑하라. 그 고통까지도.”
“진정한 철학은 삶을 더 좋게 살아가기 위한 연습이다.”
나는 이 말이
공황 이후의 삶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방향타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내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고통받지 않는다.
대신 그 불한이 나에게 어떤 신호인지,
어떻게 반응하면 더 나을지를 연습하고 있다.

✍️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돌보는 연습
나는 여전히
불면의 밤이 있고,
불안한 하루가 있고,
술 한잔 먹고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땐
글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며,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가까이 하기도 하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 공황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너는 정말 너답게 살고 있니?"
그 질문에 조금씩,
더 솔직하게,
더 꾸준하게 답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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