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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황 일기 9화. 내 감정의 이름을 불러주기 – 공황과 손글씨
    공황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2025. 5. 23. 08:24

    공황장애 초기에는
    나는 나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불안했고,
    그냥 무기력했고,
    그냥 마음이 막막했다.

    그런데 그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정리되지 못한 감정의 덩어리들이 엉켜 있었다.


    ✍️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 메모장보다
    손으로 직접 쓰는 글이 더 좋았다.

    처음엔 그냥
    공책에 낙서처럼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이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했다.


    🖋️ 만년필과 연필이 나를 집중시켰다

    나는 만년필을 좋아한다.
    부드럽게 종이를 긁고 지나가는 느낌,
    잉크가 스며드는 감각,
    글씨체를 조금 더 단정히 쓰고 싶은 마음.

     

    연필도 자주 쓴다.
    서걱서걱 소리와 필압을 조절하는 그 촉감이
    묘하게 감정을 빼내는 호흡처럼 느껴졌다.

    쓰면 쓸 수록 뭉툭해지는 연필은 김혼비 작가가 [아무튼, 술]에서 말한 것 처럼

    쉽게, 막 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 감정에는 이름이 필요하다

    손으로 글을 쓰면
    나는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 “막막하다”는
      사실 “기대가 무너졌고, 불안이 생겼고, 외롭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 “무기력하다”는
      사실 “내가 어떻게 해도 안 될 것 같은 좌절감”일 수도 있다.

     

     

    이름을 붙인 감정은
    더 이상 덩어리로 남아 있지 않는다.

     

    확실한 자기 감정 인식을 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된다.

     

    사실 당신이 화난 순간은, 화난게 아니라 불안한 걸 수 있다. 진짜 본인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 감정 언어를 쓰면 뇌가 반응한다

    뇌과학적으로도,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앞 이마 쪽에 있는 [전전두엽(이성적 판단)]이 활성화되고
    [편도체(공포 반응)]의 반응이 줄어든다.

     

    즉,
    감정을 적는 것만으로도 뇌는 많이 안정된다.

     

     

     

     

    내가 쓰는 만년필은 평범한 라미 1자루, 모나미 1자루이다.

     

     


    📆 나는 이런 방식으로 썼다

    • 📘 만년필로 노트에 쓰기
      “오늘 느낀 감정 1가지”
      “그 감정이 들었던 상황”
      “지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
    • ✏️ 연필로 그냥 생각나는 감정 단어 나열
      “피곤, 조급, 서운, 지침, 외로움…”
      → 이런 단어들만 적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쓰는 것이 또 일기 숙제처럼 의무가 되어버려서 스트레스가 되면 좋지 않다.

    노트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마음 가는대로 써보자. 


    🌱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였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감정을 억누르면 뇌는 더 큰 소리로 외친다.
    감정을 무시하면, 몸이 대신 반응한다.

     

    하지만 감정을
    손글씨로 적고,
    그 이름을 불러주고,
    나는 그 감정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 마무리하며

    손으로 쓰는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건 내 감정과 뇌를 연결해주는 물리적인 통로다.

     

    만년필의 무게,
    연필심의 소리,
    글씨의 획 하나하나가
    내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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